[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한국의 서원' 대구 도동서원…예를 강조한 '환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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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현철 작성일2023.11.02 댓글0건본문
■ 출 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 행 : 연현철 기자
■ 2023년 11월 2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연현철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주말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연현철 :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오늘은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도동서원으로 가보겠습니다. 제가 지난 8월에 '한국의 서원'이란 타이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달성 도동서원도 병산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때 병산서원과 함께 다녀온 곳인데 이 계절에 소개해 드리려고 아껴두었던 곳입니다.
▷연현철 : 두 달 넘게 기다렸다가 소개해 주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가님?
▶김선권 : 도동서원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되어있는 450살이나 된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지금쯤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을 거예요. 이 은행나무 때문에 도동서원을 방문하는 분들의 수가 가을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여름에 도동서원에서 돌아오면서 가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가을 제가 너무 바빠서 못 가보고 있습니다.
▷연현철 : 아무래도 작가님 갈 곳이 워낙 많다보니 시간이 안나시나보죠?
▶김선권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천천히 서원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동서원은 조선 시대 유학자 "한훤당 김굉필"을 배향한 서원입니다. 앵커님 그런데 혹시 '동방 18현'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연현철 : 죄송합니다만, 저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김선권 : '동방 18현' 신라?고려?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나라의 최고 정신적 지주에 올라 문묘에 종사된 18명의 한국의 유학자들을 말하는데, '동국 18현'이라고도 합니다. 문묘는 공자를 모신 사당을 말합니다. 문묘에 배향된 현인을 배출한 가문은 대대손손 더 없는 영예로 알았다고 합니다. "정승 3명이 죽은 대제학 1명에 미치지 못하고, 대제학 3명이 문묘에 배향된 현인 1명에 미치지 못한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동방 18현' 중에서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을 특별히 '동방 5현'이라 합니다
▷연현철 : 우리나라 5대 유학자 중에 한 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김선권 : 그래서인지 대구 도동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 중 한 곳일 뿐만 아니라, 소수서원, 병산서원, 도산서원, 옥산서원과 더불어 한국의 5대 서원 중 하나입니다. '도동(道東)'은 '성리학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라는 의미입니다. 이제 도동서원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은행나무 뒤에 있는 수월루는 도동서원으로 들어서는 외삼문으로 낙동강에 뜬 달이 아름답게 보이는 누각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은 올라가 볼 수 없습니다.
▷연현철 : 왜 그럴까요?
▶김선권 : 문화제청에서 금지시켰어요. 외삼문을 지나 십여 개의 돌계단을 올라 정문 환주문을 들어갑니다. '주인을 부르는 문'이란 뜻으로 '마음속으로 주인을 불러 예를 갖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무척 좁을뿐더러 높이도 169cm에 불과합니다.
▷연현철 : 그렇군요. 일반 남성들은 고개를 숙이고 문을 통과해야 할 것 같은데요. 문이 상당히 낮네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김선권 : 이 좁고 낮은 도동서원 정문에는 '예를 갖춘 사람이 되고 학문은 나중에 익히라"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도동서원에서 학문을 익힌 제자들은 20세 이상의 성인 남성으로 갓을 쓰고 환주문을 통과하려면 고개를 숙이지 않고서는 들어설 수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환주문 아래는 꽃봉오리가 새겨진 축구공만한 돌이 있는데, 문을 정지시키는 정지석으로 꽃봉오리를 내려다보며 스스로 조심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연현철 : 이 문을 통과할때 만큼은 고개를 숙이면서 통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제가 덩치가 좀 큰 편이기는 한데, 제가 들어가는 모습을 동료가 사진으로 찍어주었는데 상당히 구부정하더라고요. 서원과 향교는 대부분 강학 영역과 배향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강학 영역은 학문을 닦고 배우는 공간을 말합니다. 강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중정당은 원장과 유생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던 강당이었습니다. 제가 도동서원을 소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중정당입니다. 중정당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 6개의 맨 위에 순백의 한지가 감겨 있습니다. 이는 서원 중 으뜸이란 표시로 "상지"라 부릅니다.
▷연현철 : 그러니까 기둥에 흰색 띠를 감아 놓았다는 말씀이시죠? 서원 중에 으뜸이라는 표시라고 하셨는데 다른 서원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인가요?
▶김선권 : 제가 조금 전에 우리나라 유학의 명현 18인 중에서도 성리학의 선구자 역할을 한 유학자 다섯 분을 '동방 5현'이라 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 '동방 5현' 중에서도 특히 김굉필을 '머리 수(首)'에 ?'현명할 현(賢)'자를 써서 '수현(首賢)'이라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성리학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른 서원에서는 강당의 기둥에 감히 '상지'를 감지 못했습니다. 이 '상지'는 홍살문 이상의 역할을 하였다 합니다. 흰 띠가 보이는 장소에서 말에서 내려 서원으로 걸어 들어오거나, 지나던 사람도 말에서 내려 서원을 향해 절을 하였으며, 낙동강 나룻배에서도 흰 띠 '상지'가 보이면 절을 하며 수현(首賢) 김굉필 선생에 대한 예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연현철 : 그렇군요. 엄청난 존경을 받았던 분이셨네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정당 앞에 원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는데 선배 원생들의 기거하는 동재의 기둥은 가운데는 둥근 기둥, 바깥쪽은 사각기둥이었습니다. 반면에, 후배 원생들이 기거하는 서재는 모두 사각기둥입니다. 덕을 쌓아가면서 모난 곳이 깎여 둥글게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현철 :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이런 디테일이 숨겨져 있네요.
▶김선권 : 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항상 해가 뜨는 동쪽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남향인 서원에서 볼 때 오른쪽이 서쪽이고 왼쪽이 동쪽입니다. 그래서 왼쪽에 선배가 귀거하는 곳이고 오른쪽이 후배들이 귀거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서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재미가 더합니다. 이제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디테일, 담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도동서원 담장은 자연석으로 쌓은 지대석 위에 작은 돌로 다시 쌓고 암키와를 5단으로 쌓았으며 암키와 사이사이를 진흙으로 메웠습니다. 암키와 사이에 일정 거리를 두고 수막새를 엇갈리게 놓았는데 이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담장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담장입니다.
▷연현철 :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담장이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작가님 대구 도동서원 전해주셨습니다. 작가님 저희가 보통 음식 소개까지 해주시는데, 시간 관계상 오늘 말씀은 여기서 정리하고요. 다음 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연현철 : 지금까지 여행작가 김선권 작가와 여러분 함께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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