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남한의 고구려 유적지 '호로고루', 임징강 변 해바라기 5만여 송이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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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수 작성일2023.09.21 댓글0건본문
■ 출 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 행 : 김진수 기자
■ 2023년 9월 21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김진수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김진수 :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오늘은 남한에 남아있는 많지 않은 고구려 유적지 중 하나인 경기도 연천의 ‘호로고루’로 가볼까 합니다.
▷김진수 : ‘호로고루’요? 고구려 유적이라 그런가요? 이름이 참 특이합니다. 고구려가 사용하던 언어가 백제 신라와는 좀 달랐나 본데요.
▶김선권 :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말이 같았느냐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학자들의 관심사였습니다.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을 정도로 언어가 서로 달랐다는 주장과 삼국이 거의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는데요. 사실 지역 간의 차이보다는 세월이 흐르며 변화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앵커님, 혹시 학창 시절에 훈민정음 배웠던 것 기억하시죠?
▷김진수 : 그럼요. “나랏말ᄊᆞ미 듕귁에 달아” 이렇게 시작하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김선권 : 우리가 훈민정음을 처음 접했을 때, 대략적인 의미의 파악은 가능했지만, 결국 배워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했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호로고루’도 고구려말이라 다른 것이 아니라, 오래된 말이라 지금과 다르다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분명 지역적 방언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그 차이가 지금보다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김진수 : 그럼 삼국이 사용하는 언어가 비슷했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김선권 : 고조선이 해체된 이후, 부여, 옥저, 동예, 고구려, 진한, 마한 변한으로 고조선의 후예를 자처하며 치열하게 투쟁하던 시대에 이 나라들의 언어는 이미 고조선어를 계승했기 때문에 서로 통역 없이도 무리 없이 소통했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에서 신라의 사신을 처음 맞았을 때, “백제의 사신을 불러 통역을 요청했다.”라고 하는 데서도 삼국의 언어에 유사성이 많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일본에 발해 사신에 갔을 때는 신라인이 통역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고구려, 부여, 백제, 신라 가야 사람들은 통역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유사한 언어를 사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삼국의 언어가 비슷하다는 것은 우리 역사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진수 : 그런가요? 삼국의 언어가 비슷하다는 것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선권 : 제가 10여 년 전에 역사학자들과 함께 만주 지역의 고구려 유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공식적으로 막 완성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거의 모든 고구려 유적지, 고구려 유적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마다 고구려군의 동상이 있었는데, 그 얼굴이 완벽한 중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북공정이란 현재 중국 영토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규정하려는 역사 왜곡 시도를 일컫는데요. 삼국이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으로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임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진수 : 삼국의 언어가 같았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돌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호로고루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호로고루는 임진강 절벽 위의 평지에 세워진 성인데 당시 임진강을 ‘호로강’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고루’는 돌이나 흙으로 쌓은 성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호로고루’는 ‘호로 성’이란 의미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고구려 성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동쪽 벽으로 가면 고구려가 쌓은 성벽과 함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에 쌓은 신라의 성벽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위쪽의 어두운 현무암으로 쌓은 부분이 고구려 성벽이고 그 아래쪽으로 밝은 편마암으로 쌓은 부분이 신라가 통일한 이후에 보수한 부분입니다. 연천은 광개토대왕에 의해 정복되기 전까지는 백제 땅이었으니, 호로고루는 사실상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다 거쳐 간 지역입니다.
▷김진수 : 그렇군요. 고구려 성벽과 신라의 성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로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계속 보수해 나갔을 테니까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수심이 얕아서 임진강 유역 중에서 유일하게 배 없이 말을 타고 건널 수 있던 곳으로 북쪽에서 서울로 가는 가장 쉽고 빠른 육상교통로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방어를 위한 고구려의 성이 대부분 산성인데 반해서, 이곳 호로고루는 특이하게도 강변에 위치한 평지성입니다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지만, 1968년에 우리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남파되었던 북한의 무장 공비 김신조 일당도 호로고루 바로 옆 고랑포를 통해 임진강을 건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장나라 씨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VIP의 촬영지이기도 한데요. 드라마 속 ‘하늘 계단 씬’의 배경이 된 계단이 인생샷 명소이기도 합니다.
▷김진수 : 그럼 계단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나 봅니다.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포인트가 있는데, 이곳 또한 인기 있는 포토존입니다. 호로고루의 서쪽에는 망향단이 있는데, 여기서 개성까지의 거리는 불과 26km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김진수 : 생각보다 많이 가깝네요. 삼국이 대치하던 곳에서 이제는 남북이 대치하는 셈이네요.
▶김선권 : 네, 그런 셈이죠. 그런데 호로고루는 언제 가도 좋지만 지금 가면 더욱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호로고루 인근의 장남면 주민들이 해바라기를 심고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통일 바라기 축제"를 매년 개최하는데, 올해는 지난 9월 8일부터 17일까지 축제를 열었습니다.
▷김진수 : 이미 축제 기간이 지났는데요.
▶김선권 : 네.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아직 덜 피었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상태로 보아선 이번 주가 절정이고, 추석 전까지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호로고루 해바라기 공원에 심어진 해바라기는 무려 5만여 송이에 다란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바라기와는 다르게 키가 작은 원예종으로 해바라기꽃이 좀 작지만 어지간한 비바람에는 쓰러지지 않아 오래 갈듯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 키가 다 커봤자, 성인의 허리춤까지밖에 되지 않아 인증샷을 찍기에는 더 좋습니다.
▷김진수 : 그렇군요. 오늘은 고구려 유적지의 하나인 경기도 연천 호로고루를 살펴봤습니다. 작가님, 약속된 시간이 다 흘러서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는 추석이라 여행 스케치는 한 주 쉬고요. 다음 달 첫 주에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 추석 잘 보내시고요.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감사합니다.
▷김진수 :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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