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고령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 문화 생생, 500년의 숨결 살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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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수 작성일2023.08.31 댓글0건본문
■ 출 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 행 : 김진수 기자
■ 2023년 8월 31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연현철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죠. 여행스케치, 오늘도 여행 전문가 김선권 작가 전화 연결했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연현철 : 벌써 8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비가 내리고 더위의 기세가 조금은 꺾인 듯한데요. 이제 여행 가기 좋은 날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작가님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봉긋 솟은 왕릉, 그 속에 숨 쉬는 1,500년 전 대가야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 경상북도 고령군에 있는 지산동 고분군으로 가보겠습니다.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주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데, 생활공간의 배후에 묘역을 조성해 신성한 공간임과 동시에 이승과 저승이 하나로 연결된다고 믿었던 대가야인들의 정신세계를 반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였던 5세기 초부터 대가야가 멸망하는 6세기 말까지에 걸쳐 축조된 대가야 지배층의 묘역입니다.
▷연현철 : 제가 역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금관가야, 대가야 할 때 그 대가야를 말씀하시는거죠?
▶김선권 : 네 맞습니다. 가야는 한반도 남부의 낙동강, 남강, 황강과 남해안을 끼고 성장한 나라입니다. 삼한의 하나였던 변한에서 탄생한 가야는 성주의 성산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김해의 금관가야, 고성의 소가야, 진주의 고령가야 그리고 고령의 대가야가 모여서 만들어진 연맹 국가입니다. 그중 대가야는 후기 가야연맹의 맹주였습니다. 가야연맹은 낙동강 하류 지역의 기름진 평야를 바탕으로 벼농사가 발달했으며, 품질 좋은 철을 생산해 중국과 왜(倭) 나라와 활발하게 교류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야는 통일국가로 성장하지 못하고 세력이 약해지면서 서기 562년 신라에 흡수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가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가야 문화권의 찬란한 역사와 그 전통은 경북 고령에 남아있습니다.
▷연현철 : 아까 말씀하신 게 고려 지산동 고분군이라고 하셨는데 고분군이 그럼 대가야 왕들의 고분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김선권 : 전체가 다 왕릉이라고 하기엔 고분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지산동 고분군의 실제 봉토 무덤의 수는 704기입니다. 비바람과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봉토가 침식되어 그 원형을 잃어버린 것까지 포함하면 20,000기 이상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연현철 : 전 아까 704기 말씀하실 때도 엄청 많다고 생각을 했는데, 20,000기 이상이라니 그 규모가 상상 이상입니다. 그렇다면 왕릉이 아닌 무덤은 누구의 것인지 추정이 될까요?
▶김선권 : 귀족들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는 고분군으로 약 500년간 찬란했던 대가야의 고분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유적입니다.
▷연현철 : 왕릉과 귀족의 무덤이 같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상당히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선권 : 그런데 좀 애매한 게, 고대의 무덤 가운데 백제 무령왕릉을 제외하고 그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진 무덤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왕릉이라고 믿고 있던 고분이 왕릉이 아닌 귀족의 무덤일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연현철 : 고대라고 하면요?
▶김선권 : 예전엔 통일신라시대라고 했었죠. 지금은 발해와 통일신라를 합쳐서 남북국시대라고도 부르는데, 그때까지를 고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 통일신라에 발해를 더해 남북국시대라고 부르는 것처럼, 삼국에 약 600년간 삼국과 경쟁 협력하면서 독립성을 유지했었던 가야를 더해 사국시대라고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연현철 : 그렇네요. 사국시대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백제 무령왕릉을 제외하고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진 무덤이 없다는 이야기는 좀 충격적입니다. 물론 제가 그동안의 역사공부가 짧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작가님?
▶김선권 : 그렇습니다. 누구의 능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그게 확실한 것이 아니라서 오답 시비 때문에 수능이나 공무원임용 등의 시험에 출제되지 않은 지 꽤 되었습니다. 지산동 고분군은 가야 시대의 고분군 중 최대 규모로써, 이곳에는 선사인의 무덤과 집터, 유물 조각, 순장 문화, 그리고 순장에서도 껴묻는, 껴묻거리들과 함께 고대 대가야 왕들의 무덤이 찬란했던 대가야의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한반도 남부에 남아있는 가야 유적 7곳을 묶은 ‘가야 고분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연현철 : 등재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고 등재가 유력하다는 말씀이신데, 어떻게 그렇게 판단하실 수 있는걸까요?
▶김선권 : 문화재청이 지난 5월에 유네스코의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로부터 “한국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가야 고분군(Gaya Tumuli)’ 등재 권고한다”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세계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전달하면,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됩니다. 따라서 가야 고분군은 오는 9월 10일, 열흘 남았네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막하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가야 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고분군 7곳을 묶은 연속 유산입니다.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현철 : 잠깐 샛길로 빠져볼까요, 작가님. 우리나라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몇 군데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보거든요.
▶김선권 :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 제가 지금 하고 있는데 거의 끝낸 상황입니다. 가야 고분군이 등재되면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의 장경판전, 창덕궁, 조선왕릉 등 문화유산 14건과 자연유산 2건 등 모두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형문화유산 21건, 세계기록유산 16건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문화유산 한곳이 한 장소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갈 곳이 상당히 많아집니다. 조선왕릉은 18 지역의 40곳이나 되고요. 우리나라의 절이 지정돼 있잖아요. 법주사도 그렇죠? 한국의 산지 승원은 7곳, 한국의 서원은 9곳이 함께 등재되어 있습니다. 가야 고분군도 역시 7군데로 마찬가지가 되겠네요
▷연현철 : 네. 우리나라에 유네스코 자연유산도 소개해주시죠, 작가님.
▶김선권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2007년에 등재되었고요. 우리에겐 너무 흔해서 중요한 유산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갯벌’이 재작년에 서남해 4개 지역이 묶여 ‘한국의 갯벌’이란 타이틀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분군을 거니는 기분은 문화유산 유적지를 도는 느낌과 더불어 마치 고향 뒷동산을 거니는 듯한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조명이 잘 되어 있어서 밤마실에서도 좋습니다. 또, 고분군을 둘러보고 바로 아래 있는 대가야왕릉전시관까지 함께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연현철 :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맛집 소개해주실 차례인데요. 오늘은 어떤 음식을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앵커님, 경남인들의 고향의 맛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요?
▷연현철 : 경남인들? 부산하면 돼지국밥이 생각나기는 하는데요. 경남인들에 대한 고향의 맛은 잘 모르겠습니다.
▶김선권 : 돼지국밥은 보통 부산 음식으로 생각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영남지방 경북 경남 두 지역 모두 각 지역은 모두 각각의 특징을 가진 돼지국밥을 발전시켰습니다. 상대적으로 향신료와 내장을 많이 넣는 ‘대구식’, 설렁탕을 연상시키는 뽀얀 국물의 ‘밀양식’, 그리고 맑은 국물로 대표되는 ‘부산식’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도 있기는 하지만 경북 고령에서 특히 자주 보게 되는 돼지국밥 메뉴가 있습니다. 그것은 암뽕국밥입니다. 지산동 고분군에서 차로 5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대가야시장이 있는데, 시장 인근에 암뽕국밥을 하는 집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연현철 : 저도 국밥을 좋아해서 돼지국밥, 순대국밥을 많이 찾지만, 암뽕국밥이요? 암뽕국밥을 보지 못해서요. 암뽕이 뭔가요, 작가님?
▶김선권 : 암뽕은 새끼보, 아기보라고도 불리는데, 돼지나 소의 태반과 자궁을 식자재로서 일컫는 말입니다. 내장 부위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맛은 고소하고 식감이 쫄깃한 편입니다. 암퇘지 암뽕만 넣어주는 집도 있고, 암뽕과 다른 내장과 섞어주는 집도 있는데 부추를 얹어 먹으면 참 좋습니다.
▷연현철 : 그렇군요.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면서 오늘 약속된 시간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 오늘도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연현철 : 네.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와 여러분 함께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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