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영월 청령포, 단종의 자취 곳곳... 관음송 가지 사이 애달픔 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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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수 작성일2023.06.22 댓글0건본문
■ 출 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 행 : 연현철 기자
■ 2023년 6월 22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연현철 기자
▷연현철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 전화 연결했습니다. 작가님, 나와계시죠?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연현철 : 지난주에 청령포에 대해 알아보다 시간이 부족했었는데, 계속 이어가야겠죠?
▶김선권 : 네, 본격적으로 청령포 둘러보고, 단종의 능 장릉까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에 단종 어소를 향해 절을 하듯 휘어져 있는 소나무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신기한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단종 어소 사방으로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소나무가 단종 어소 안쪽을 향해 굽어져 자라고 있습니다. 마치 임금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서 있는 신하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단종하면 생각나는 분들이 사육신이잖아요. 사육신과 단종을 추종하던 충심 가득한 분들이 소나무로 환생해서 단종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연현철 : 사방에서 단종 처소를 향해 휘어져 있다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김선권 : 단종 어소 인근의 소나무 중에서 유난히 거대한 소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보고 들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관음송입니다. 볼 관(觀)자에 소리 음(音)자를 쓰는데, 당시 처절했던 단종의 생활을 보았으니 관(觀)이요, 하염없던 단종의 오열을 들었으니 음(音)이란 의미를 가진 소나무입니다. 아랫둥에서 두 갈래로 나누어지며 자라나 있는데, 이 갈라진 가지 사이에 단종이 앉아 상념에 젖어 드는 경우가 많았었다고 합니다. 관음송을 지나 나타나는 나무 계단 길은 망향탑으로 이어집니다. 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망향탑은 단종이 한양을 그리며 그리고 생이별한 부인인 정순왕후를 생각하면서 쌓았다고 합니다.
▷연현철 : 작가님, 그럼 단종은 청령포에서 생을 마감한 건가요?
▶김선권 : 그렇지 않습니다. 단종이 청령포에서 머문 기간은 두 달 정도였습니다. 큰 홍수로 강물이 범람해 청령포가 물에 잠겼기 때문에 단종은 영월 동헌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으며,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영월에도 낙화암이란 곳이 있습니다. 단종이 관풍헌에서 승하하자 단종을 모시던 10명의 궁녀와 시종들이 모두 이곳 절벽에서 투신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종이 영월에 머문 기간은 4개월 정도에 불과합니다.
▷연현철 : 단종이 영월에 머문 기간이 생각보다 짧네요.. 전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바로 영월도 유배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닙니까?
▶김선권 : 처음에는 상왕으로 경복궁에 거처했었습니다. 2년 정도가 지나고 사육신의 단종 복위 운동 실패로 노산군으로 강등되며 영월로 유배되었습니다. 이제 임금 단종의 능, 장릉으로 가보겠습니다. 영월의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40곳의 왕릉 중 하나입니다. 장릉은 김포와 파주에도 있는데요, 모두 조선 왕실의 왕릉입니다. 물론 한글로는 모두 장릉이지만 한자가 다릅니다. 장엄할 장(莊)자를 쓰는 영월의 장릉은, 이전에는 노산군 묘(墓)로 불렸었는데, 노산군으로 강등되었던 단종이 추존 복위됨에 따라 노산군 묘에서 장릉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연현철 : 그럼 단종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묻혔던 건가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단종이 죽고 엄흥도가 밤중에 몰래 아들들을 데리고 가서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인근 산에 올랐는데, 눈보라가 쳐서 얼지 않은 땅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때 산속에 앉아있던 노루 한 마리가 엄홍도 일행을 보고 놀라서 달아났는데 노루가 앉았던 자리에는 눈이 녹아서 맨땅이 드러나 있어서 엄흥도 일행은 천우신조라 여겨 그곳에 단종의 시신을 매장한 다음에 식솔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후에 단종이 복권되어 왕릉을 이장하기 위해 조정에서 지관을 내려보냈는데 그들이 살펴보니 단종이 묻힌 자리가 이미 천하의 명당이었기에 이장하지 않고 묘제만 고쳤다고 합니다.
▷연현철 : 정말 전설같은 이야기네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조선왕릉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경기도에 주로 밀집해 있습니다. 이는 조선의 국법인 경국대전에서 '능역은 도성에서 10리(약 4km) 이상, 100리(40km) 이하의 구역에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릉은 이 원칙에서 벗어나 100리 밖이 아닌 500리나 떨어져 있는 영월에 있는 이유는 처음에는 왕릉이 아니었는데 격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종이 복권되지 않은 시절, 장릉은 봉분도 없어 그냥 평범한 맨땅이었기에 다른 땅과 구분이 되지 않았고 풀도 무성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지역 사람 중에 그 자리를 밟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그 주변에서 놀 때, 그 자리를 향해서 돌을 던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연현철 : 영월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단종이 신성시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단종이 산신령이 되어 살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니까요. 장릉이 조선왕릉의 원칙에서 벗어난 또 한 가지가 있는데요. 다른 조선의 왕릉들은 홍살문에서 정자각을 지나 봉분에 이르기까지 정남향으로 올곧게 일직선의 형태인 것에 반해서 장릉은 ‘ㄱ’자로 꺾여서 봉분이 동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엄흥도가 왕릉을 건설하는 원칙을 알았을리도 없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매장하는 과정에서 긴박한 상황에서 원칙을 지킬 여유가 없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단종 역사관 옆으로 나 있는 계단을 통해 왕릉 본관으로 갈 수 있는데, 소나무가 늘어서 있는 길이 참 예쁩니다. 벤치도 놓여 있어서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으면 그 자체로 힐링입니다. 그런데 왕릉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통상 조선 왕릉의 봉분에는 다 있는 병풍석과 난간석도 보이지 않고, 보통 왕릉에는 석인, 문인석, 무인석이 각각 한 쌍씩 능을 마주 보고 서 있는데, 이곳 장릉에는 무인석이 없습니다. 이것을 두고 무력으로 인해 왕위를 찬탈당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연현철 : 그럴 거 같아요. 무력으로 왕위를 빼앗겼다면 무인석을 더 세워서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무인석이 왜 없는 거죠?
▶김선권 : 장릉이 만들어진 시기가 숙종 때였는데, 별다른 이유가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 당시는 왕릉의 간소화가 트렌드였다고 합니다. 그 시기의 왕릉은 다 그렇다고 하네요. 다른 왕들에 비해 작은 능이지만 1698년에 조형된 석물들이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지금껏 보존되어 있습니다. 한(恨) 많은 임금은 기가 많고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곳에 참배하면 편안하고 안전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연현철 : 장릉에 가서 소원을 빌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영월의 음식을 좀 소개해 주실 시간입니다.
▶김선권 : 제가 전에 영월의 1인 래프팅 리버버깅을 소개하면서 다슬기탕과 영월 서부시장의 메밀전병을 소개해 드렸었는데요. 오늘도 역시 영월 서부시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안성기 씨와 박중훈 씨가 열연했던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영월 중심가에 자리한 영월서부시장은 ‘영월 여행의 시작과 끝은 서부시장’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곳입니다. 특히 영월 명물인 메밀전병이나 배추전 등을 맛볼 수 있는 전통 먹거리 장터로 인기가 높은데, 수십 곳 가게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메밀전병을 부쳐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입니다. 그런데 영월서부시장에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제 의견이긴 하지만, 전국 최고의 닭강정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 닭강정에 비해 매운맛이 살짝 강한데, 튀김옷은 얇고, 바삭하며, 양념은 과하지 않게 묻어 있습니다. 인천 신포시장 닭강정,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 그리고 영월 서부시장 닭강정을 3대 닭강정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제 기준으론 영월 서부시장 닭강정이 압도적입니다.
▷연현철 : 아, 그 정도로 맛있습니까? 알겠습니다. 오늘 장릉, 그리고 먹거리까지 소개해주셨습니다. 작가님 저희가 시간이 다 됐는데요. 세어보니 작가님 방송출연이 오늘로 100회시더라고요. 그동안 감사드렸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연현철 :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와 여러분 함께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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