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상원 교수 "추억의 소설 '퇴마록' 애니메이션으로 탄생…원작 팬 기대요소 잘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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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원 작성일2025.03.28 댓글0건본문
■ 출연 : 곽상원 교수
■ 진행 : 이호상 기자
■ 송출 : 2025년 3월 27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 967'
■ 주파수 : 청주FM 96.7MHz /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무비 Talk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호상 : 무비토크 영화 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곽상원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곽 교수님 나와 계시죠?
▶ 곽상원 : 안녕하십니까? 무비 토커 곽상원입니다.
▷ 이호상 : 안녕하십니까? 바로 가보겠습니다.
▶ 곽상원 : 네.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개인적인 사심이 들어간 영화라고 할 수 있고요. 어떻게 보면 오늘은 저의 사심을 채우는 방송입니다. PC통신 시절부터 지내온 세대라면 다 아실 만한 소설이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이 영화를 지나 애니메이션으로 2025년도에 다시 극장이 개봉된다고 해서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성도를 가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요. 그래서 너무나 반갑고, 그런 마음에 소개해 드립니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지만 아마 한 1주~2주 후에는 극장에서 내려갈 듯해서, 마지막에 극장에서 이걸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보시라고 말씀드리려고 오늘 가지고 오게 됐습니다.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이 애니메이션화됐습니다. 김동철 감독의 애니메이션 <퇴마록>을 가지고 왔습니다.
▷ 이호상 : 애니메이션 <퇴마록>, 그럼 말씀하신 거처럼 원작이 있는 거잖아요. 원작이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 곽상원 : 네. 이우혁 작가가 PC통신을 통해 가지고 93년부터 연재하던 소설이었고요. 소설의 단행본으로 나온 시기가 94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2001년에 완결될 소설입니다. 그 당시 B급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하이틴 로맨스나 무협 소설이 전부였는데, 이우혁 작가는 무협이라는 개념 아래, 판타지 요소와 오컬트 요소를 소설에 집어넣어서 출판계에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고, 우리나라 최초의 오컬트 소설이라고 불리게 됐어요. 그 당시에 김용의 무협지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한국에도 이런 판타지, 호러, 무협 이런 게 어느 정도 있길 바랐는데, 출판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켜서 열독했던 기억이 있던 소설입니다.
▷ 이호상 : 9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말까지 무협지 저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한참 인기가 있었었죠. 원작이 워낙 누적 판매량도 많았었죠.
▶ 곽상원 : 2013년 기준으로 판매량이 천만 부를 넘었고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린 장르 소설로 상업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작품입니다. 도서 판매가 활발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천만 부는 엄청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저도 이 책을 도서 대여점에서 다 빌려서 읽었고 예전에 도서 대여점이 폐업해서 많이 재고가 나왔을 때, 시리즈를 다 사서 모아서 지금도 자주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 이호상 : 교수님께서는 <퇴마록> 마니아시네요?
▶ 곽상원 : 마니아까지는 아니고요. 90년대 인터넷 문화 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여러 번 읽었을 것 같고, 그리고 이 소설은 마니아를 넘어서 덕질 수준까지 가는 장르라서, 덕질이나 컬트 문화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 정도는 그냥 “아 소설을 좋아하고 몇 번 읽은 사람이구나”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호상 : 교수님 설명을 들어보니까 90년대 초반부터 2001년까지 완결된 소설이라고 하면, 그만큼 연재 기간이 길었던 거 아닙니까? 그러면 내용도 방대하고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곽상원 : 초판 기준으로 오리지널만 얘기한다면 국내편이 3권이고요. 세계편이 4권이고, 혼세편이 6권, 말세편이 6권으로, 그리고 해설집이 한 권 있어서 총 20권으로 이루어지는 장편 소설이고요. 외전으로도 두 편이 있어요. 오리지널 내용 말고 여기에 관련된 세계 외전이 두 편이 있으니까 총 2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각각 능력이 다른 4명의 퇴마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현대 한국 배경의 무협 소설의 무공이라든지 기독교 엑소시즘 그리고 동양풍의 도술이나 힌두교의 신화, 이집트 신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혼합시켜서 만들어 놓은 소설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내용과 장르였어요. 처음에는 한 편, 한 편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다가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에피소드의 길이가 길어지고, 말세편의 같은 경우는 그 6권 자체 하나가 에피소드로 전 시리즈를 끌고 나가게 됩니다. 전문적인 고증은 아니더라도 욕먹지 않을 정도의 고증은 기본적으로 돼 있다 보니까 단순한 판타지 소설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 이호상 : 어느 정도 고증도 돼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게 영화로도 한 번 제작이 된 적 있었습니까?
▶ 곽상원 : 1998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블록버스터라는 광고 문구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어요. 소설 원작 제목만 따와서, <퇴마록>이라는 제목의 힘으로 전국 관객 추정으로 150만 정도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지만, 원작에 대한 설정을 무시하고 판타지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흑역사를 안겨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98년이라면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단관 중심, 서울 중심의 개봉 시스템이라,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와 서울에서 영화를 볼 정도로, 팬들이 되게 많았었는데, 보고 나면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해서 욕하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유치해서 욕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딱 이 소설의 제목만 가지고 와서 성공한 정도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도 큰 기대를 하고 봐서 화를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이호상 : 그러니까 원작을 알고 보면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고요.
▶ 곽상원 : 그 당시에 영화는 그랬죠.
▷ 이호상 : 그럼 이번에는 원작에 비해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 곽상원 : 이번 영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실사로 된 영화를 보고 싶긴 했지만, 우리나라 영화 제작 환경에서 판타지 무협물을 만들려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저런 타협할 지점이 많고, 독자들의 머릿속에 구현된 그림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보고 난 이후에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거는 퇴마록이 맞습니다.”라고 원작자가 얘기할 정도니 이번 애니메이션은 잘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고 저도 개인적으로 보고 나서 되게 만족스러웠습니다.
▷ 이호상 : 그렇습니까? 이게 소설책 20권 정도 분량인데 영화를 이렇게 만들다 보면 내용이 좀 집약됐을 것 같기도 합니다.
▶ 곽상원 : 소설 전체를 다루는 게 아니라 현재 나온 서적의 1권의 1챕터만 달아놨어요. 4명의 퇴마사가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끝나버리게 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총 4명인데 박신부, 연암, 승희, 어린아이 준후 총 4명이 등장하게 돼요. 그래서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는 박신부하고 연암이 준후를 구하기 위해서 해동밀교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고 승희는 오프닝과 엔딩에서만 잠깐 등장하게 되고 소설 전체 내용의 100분의 1도 다루지 않고 앞에 있는 1권의 1챕터만 다루게 됩니다.
▷ 이호상 : 그러면 이게 후속작을 염두에 둔 영화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곽상원 : 그렇죠. 그래서 뒤에 내용이 더 기다려지기도 하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싶어서 더 기대됩니다.
▷ 이호상 : 계속 시리즈가 나오려면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도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요. 관객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 곽상원 :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정도 완성도를 가지고 간다는 것이 어쩌면 그동안 애니메이션이 침체했던 우리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괜찮은 롤모델이 될 거 같습니다.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은 90년대 초반에는 굉장히 많이 나왔었거든요. <아기 공룡 둘리>, <머털도사>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기대만큼 관객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다음 영화 작업이 기대될 정도로 퀄리티가 높습니다. 그리고 영화 안에 원작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라든지 액션이나 오컬트적인 공포스러움도 큰 스크린에 잘 담았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보니까 그 원작이 갖고 있는 느낌을 굉장히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호상 : 공포스러움이 있다는 거에 저는 귀가 솔깃했는데 말이죠. 종교적인 문제가 여러 가지 얽혀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동양적인 공포 요소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 곽상원 : 외국의 오컬트물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신비한 느낌들이 굉장히 많아요. 영화를 보게 되면 천장에 붙어 있는 귀신이라든지, 비 오는 창밖에 보이는 유령들의 모습이 애니메이션이라서 유치할 수 있을 거 같지만 굉장히 공포적인 요소를 잘 만들어 냈고요. 그리고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알 수 없는 존재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영화상에서는 잘 표현했어요. 그리고 그것이 기독교, 불교, 도교의 종교적인 힘을 빌리고 있는 설정과 잘 맞물리면서 극장에서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동양적인 신비가 영화 안에 공포로서 잘 녹여져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 중에 끌어내기 힘든 감정이 웃음과 공포인데 유치하게 만들면 헛웃음이 나오거나 공포 영화를 보면 웃음이 나오게 되잖아요. 이 영화는 웃음이 나오지 않고 장르에 알맞은 감정이 나오게끔 영화로서 잘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호상 : 교수님 설명을 듣다 보니까 제 머릿속에는 영화 <파묘>, <사바하>가 스쳐 지나가네요.
▶ 곽상원 : <파묘>, <사바하> 영화 같은 경우 감독이 오컬트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영화고요. 반대로 조금 아쉬운 영화 중에 <검은 수녀들>, <사흘> 같은 영화는 오컬트적인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그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퇴마록>의 김동철 감독은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감독이고 오컬트적인 장르에 대한 애정이 있는 감독이다 보니까 실사 영화보다 유연한 표현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가지고 액션과 오컬트적인 공포를 잘 표현한 영화입니다. 85분의 러닝 타임으로 부담스럽지 않아요. 요즘 영화들 되게 길잖아요. 사실 85분이라는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져 아쉬웠거든요. 더 많은 에피소드를 보고 싶었는데 85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 다음 편이 더 기다려지게 되면서 다음 편의 이야기가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 이호상 : 알겠습니다. 교수님 설명 잘 들었고요. 여기서 마무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곽상원 : 네 감사합니다.
▷ 이호상 : 네 지금까지 영화 이야기 무비토크 오늘은 김동철 감독의 애니메이션 <퇴마록> 소개를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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