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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여행스케치] - 김선권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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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기자 작성일2021.05.19 조회9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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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 프로그램 : [청주BBS 충북저널 967 / 5월 6일(목) 08:30~08:54
□ 인터뷰 시간 : 08:40 ~ 08:52

[앵커]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주말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앵커]
작가님 오늘도 울릉도죠· 지난주에는 울릉도에 있는 전망대 위주로 소개해 주셨는데 오늘은 또 어떤 멋진 울릉도의 모습을 소개해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김]
먼저 나리분지로 가보겠습니다. 사전적으로 '비단처럼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나리(羅里)분지는 화산섬인 울릉도의 분화구에 화산재가 쌓여서 생긴 화구원으로 울릉도 유일의 평야 지대며 우산국 때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조에 이르러 공도정책으로 수백 년 비워오다가 조선말 고종(高宗) 때에 이르러 개척령에 따라 개척민들이 이곳에 왔는데, 옛날부터 거주하고 있던 500여 명의 사람이 산야에 자생하고 있는 섬말나리 뿌리를 캐 먹고 연명하였다고 해서 '나리골'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섬말나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꽃으로 1997년 산림청이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37호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이를 채취 증식한 후 '다케시마 나리'로 이름 붙이고 마치 독도가 일본 땅인 양 선전하는 데 이용하고 있었는데 '독도역사찾기운동본부' 공동대표인 영남대 김규원 교수가 세계 최초로 복원증식에 성공해서 2003년부터 나리분지에 심기 시작했습니다.

섬말나리의 복원사업은 우리나라 유전자원 보호는 물론 독도 주권을 천명하는 의미 있는 사업입니다.

[앵커]
나리분지, 섬말나리, 낭만적인 장소이고 아름다운 꽃이라고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슬픈 역사가 있었네요.

[김]
그렇습니다. 실제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마다 울릉도 방문객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울릉도는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섬입니다, 폭설이 내리면 해안에서 나리분지로 가는 길이 막혀서 울릉도 안의 또 다른 섬이 되어버립니다. 다른 지역과 단절되는 거죠. 물론 나리분지 내에서의 활동은 자유롭다고 합니다. 제 꿈 중 하나가 눈이 많이 내릴 때 나리분지에 고립되는 것입니다. 낭만적인 고립…. 이게 섬 여행의 묘미죠.

[앵커]
폭설 속에 고립이라~ 원래는 공포스러운게 정상인데, 작가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니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고립되면 더욱 좋을듯합니다.

[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둘레길을 걸어도 좋죠. 어디에도 있는 둘레길은 당연히 울릉도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디에나 있는 둘레길과 울릉도 둘레길은 많이 다릅니다.

내수전전망대에서 석포전망대에 이르는 구간으로 개척민들이 100여 년간 걸어 다닌 애환이 깃든 유서 깊은 생태길입니다. 생태길 코스 중 유일하게 주민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다양한 식생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울릉도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건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존을 흔히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데, 만약 울릉도가 내륙에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허파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풀 내음 가득한 숲속을 걷다 보면 상쾌함이 온몸을 감싸옴이 느껴집니다.

[앵커]
울릉도 둘레길은 산길이죠. 좀 험하지 않나요·

[김]
어르신들이 걷기엔 좀 험함 편입니다. 좀 편한 길을 걷고 싶으시다면 도동항 해안산책로를 걸을 시면 됩니다. 계단과 언덕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힘든 길은 아닙니다.

도동항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 있는 해안산책로는 울릉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걷는 길입니다. 화산의 활동과 지각 변동으로 수직으로 깎아진 가파른 해안 절벽을 볼 수 있으며 바다와 어우러진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앵커]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해안산책로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김]
네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비경에 눈이 즐거워지는 길입니다.

이번엔 울릉도에 몇 번 다녀오신 분들도 잘 모르실만한 특이한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동 깍개등이란 곳입니다.

[앵커]
깍개등이요· 이름이 아주 특이합니다.

[김]
깎아지른 듯 가파르다 하여 깍개등이라 불린다는 이곳을 향하는 길은 산새가 험준한 울릉도에서도 최고라 할 정도로 가팔라서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운행이 힘든 곳입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차를 돌리는 게 불가능해서 후진으로 내려와야 하는 구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운전에 능숙한 택시를 대절해서 다녀왔습니다. 섬 지역의 택시는 사륜구동 SUV가 주를 이룹니다

깍개등에는 외양간이 실내에 있습니다. 겨울철에 눈이 워낙 많이 내리는 곳이라 먹이를 주러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외양간에는 약소와 호랑 약소가 있었는데, 약소는 한우를 말하고 호랑 약소는 마치 호랑이 같은 얼룩무늬가 있는 칡소를 말합니다.

앵커님 혹시 칡소 보신 적 있나요·

[앵커]
칡소에 대한 코멘트

[김]
칡소는 고려 시대에는 호랑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해서 호반우(虎班牛)라 불리었고, 영어로는 tiger cattle(호랑이 소)이라고 불리는 토종한우입니다.

서울대 성악과 박인수 교수와 가수 이동원 씨가 함께 불러서 화제가 되었던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빼기 황소'가 바로 칡소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동요에 나오는 엄마를 닮은 얼룩송아지는 하얗고 까만 젖소 홀스타인일까요· 아니면 호랑이 무늬를 한 칡소일까요·

[앵커]
당연히 하얗고 까만 젖소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 봅니다.
(또는 앵커님의 의견)

[김]
대부분 서양에서 도입된 젖소 홀스타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으리라 생각됩니다. 젖소 홀스타인은 1902년도 프랑스로부터 송아지를 들여왔고, 박목월 선생님이 얼룩송아지를 썼을 때인 1930년대에는 홀스타인이 그다지 많이 보급되지 않아 칡소를 얼룩소라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칡소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흔한 소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 소의 개량사업을 위해 대량으로 수탈당했고 조선총독부에 의해서 황소가 한우의 표준으로 지정이 되면서 점차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울릉도까지는 그 여파가 전해지지 않아 지금까지 종이 보존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중요한 시간입니다. 지난주에는 오징어내장탕을 소개해 주셨는데 오늘은 어떤 먹거리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
호랑 약소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라나는 울릉도의 식물들은 모두 약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뭍의 식물에 비해서 사포닌 등의 약용성분이 월등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식물을 먹고 자란 울릉도의 소는 약소, 호랑 약소라 부름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고기 맛이 좋아 임금님 수라상에만 올라갔다던 칡소는 요즘 소고기를 평가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블링은 그다지 퍼져있지 않습니다. 마블링 곱게 피어난 한우의 부드러운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육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고기를 드실 때 마블링이 주는 기름 맛보다 육향을 중시하는 분들께는 색다른 미각 체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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